여느 때와 같이 저녁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반찬이랑 먹을까 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그냥 김치찌개나 먹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켜서 늘 시켜먹던 집에 주문을 했는데.. 이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아 진짜 먹던 거 다 토해내고 싶은데,
근손실 날까 봐 못하겠네.
본인이 김치찜이나 김치찌개가 먹고 싶을 때 늘 시켜먹던 곳이었는데, 평소와 같이 그곳(울산 북구)에서 김치찌개를 시켰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던 도중 김치찌개가 집 앞까지 배달되었고 사진 리뷰를 남기면 계란찜을 먹을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솔직히 사진을 거지같이 찍긴 했는데 뭐 맛은 있으니까)
오늘은 특히 김이 엄청 큰 놈으로 와서 기분이 더 좋았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
2인분을 시키면 밥이 두 공기 오는데, 일단 한 공기를 빠르게 작살내고 두 번째 밥을 오픈해서 열심히 먹고 있던 도중이었다.
그런데 발견하고 말았던 것이다. 까끌까끌한 이 녀석을..
이 까끌까끌하고 불쌍한 녀석은 안타깝게도, 평소에는 한없이 온화하지만 한번 빡돌면 버서커 모드로 들어가 버리는 바로 나에게 발견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어서 자세히 쳐다봤는데 만져보니 수세미였다. 밥을 우리 집밥 먹은 것도 아니고 (우리 집밥은 늘 현미랑 백미를 섞어서 먹는다.) 수세미도 우리 집에선 저런 철수세미는 쓰지도 않는다.
아니 국 먹다가 날파리만 나와도 짜증이 겁나 나는데,
수세미가 나와?
국산 김치라고 해서 안심하고 시켜먹고 있었는데 중국산 김치에 대적할만한 녀석이 하나 더 있을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솔직히 각종 커뮤니티에서 저런 사진이 올라오고 그럴 때 남일이겠거니 하면서 말았었는데, 막상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니까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게 얼마나 비위생적인 일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야 수세미가 나올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논리가 서지 않는다.
해당 식당에 전화를 해보니 이미 영업을 종료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일단 리뷰에다가 장문의 리뷰를 남겼는데 (물론 별점은 1점이다.) 영원히 박제를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이다.
아니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위생이지 않나, 어쩌다 보니 들어갔습니다 허허하며 넘어가기엔 난 돈을 주고 상품을 산 사람인데? 먹었으면 내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어찌 됐을지도 모르는 놈인데? 아 이미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만 있었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 말이야.
그래 뭐 저거 먹었다고 죽진 않겠지, 근데 솔직히 수세미는 아니잖아
저런 곳인지도 모르고 맛있다고 사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일단 리뷰를 모두가 볼 수 있게 남겼다. 내일 되면 또 불쌍한 자영업자인데 봐주자 하면서 글을 내릴 수도 있지만 일단은 내리지 않을 생각이다. 근데 저 수세미가 우리 꺼란 증거 있냐고 대들면 어쩌지 ㅎㅎㅎㅎ
여러분, 집밥 해 먹읍시다. 전 이제 배달음식은 이제 끊어야겠습니다.
+ 환불받은 후기
다음날 오전, 내가 담긴 리뷰글에 사장님이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과 함께 연락달라는 댓글을 남기셨다. 전화하니까 다시 해서 보내드리겠다고 하셨는데.. 어제 그러고 나서 다시 김치찌개를 먹고 싶진 않았고 먹다가 버렸으니 그냥 음식 값만 환불해달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하루 지나서 그런지 그닥 화도 나지 않았고 어쨌거나 반틈 맛도 봤으니..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ㅎㅎ
아 그리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배달의 민족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환불받는 사람도 있던데 그렇게 하면 음식값 전체를 환불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만 원짜리 쿠폰 덜렁 주니까 음식점이랑 협의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네이버 블로그 배달의 민족 환불 후기 참조
https://blog.naver.com/youth0017/222214637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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