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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소식

블리자드 성추행 사태 요약 정리(feat. 대깨블 탈출합니다)

 

 

 

최근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바로 직장 내 성차별 및 성추행 논란인데, 이상한 임직원 한 명이 저지른 사건사고라고 생각했었으나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블리자드가 만들어왔던 게임들의 악마들보다 더 추악하고 더러운 일들이 블리자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디아블로가 타락시킨 건
레오릭 왕과 레나만이 아니었나..

 

 

미국 정부 기관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고소 사건

 

2021년 7월 2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 기관 공정 고용 주택국(DFEH, Department of Fair Employment & Housing) DFEH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여직원들의 성차별 및 폭행, 임금차별 등의 행위들을 방조 / 보복한 혐의로 고소했다. DFEH는 블리자드의 성추행 및 성추행과 관련된 제보가 지속적으로 들어오자 무려 2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혐의가 확실하다고 판단되자 DFEH는 이번 달 22일 블리자드를 법원에 고소했다고 한다. 한 사람이나 시민단체가 아닌 정부 지자체에서 기업을 고소한 사건이다. 

 

Frat Boy는 방탕한 남자 대학생을 뜻하는 말,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여직원을 성희롱, 불평등한 급여 등의 Frat Boy 문화를 조장해왔다고 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추악한 민낯

 

해당 기사에 나와있는 내용들을 읽어보면 정말 경악을 금할 수 없는데,

 

1. 여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성희롱

2. 임신 등을 사유로 여성 직원들의 승진 박탈 및 고용 조건 불평등

3. 남성 직원들의 음주 후 여성 직원들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4. 근무시간에 남성 직원들은 게임을 하고 여성 직원들에게 업무 전가

5. 기타 등등의 악질적인 행위

 

액티비전 블리자드 내에서는 상사에게 강압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여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고소장에 적시되고 언론에 노출된 사례가 이 정도이지 실상은 더욱더 가관이라고 한다. 이 사태가 붉어진 이후에도 전-현직 직원들의 추가 증언들이 지속적으로 제보되고 있으며 피해 사례는 정말 상상하지 못할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소장을 받은 블리자드의 대처와 직원들의 파업 시위

 

우리는 사내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어,
사실관계 측면에서 매우 부정확하고 의미 없는 무책임한 고소가
우리 회사의 존중 및 기회평등 문화를 훼손하게 둘 수 없다..!

 

블리자드의 최초 대응을 보면 "이 주장은 대부분 거짓이며, 우리는 최대한 조사에 협조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사내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그들은(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는데 필자는 이 대사만 보더라도 회사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이에 덧붙여 "캘리포니아 주의 무책임한 관료주의는 신뢰할 수 없다."라고 했다는데 블리자드에는 머리에 우동사리만 가득 찬 임원진만 있는 건가 싶다. (원래 임원진들이 보수적이긴 하다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이야..)

 

이에 반하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현 직원 1,500명가량은 혐의를 부인하고, 내부 문제를 눈 감으려는 회사의 대응을 규탄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개발자들은 트위터에 #ActiBlizzWalkout이라는 태그를 달며 전면 파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가관인 부분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임원진 상당수가 조사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이며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WoW 팀의 타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ActiBlizzWalkout을 검색하면 이러한 트윗들을 금방 찾아볼 수 있다.

 

파업 시위를 하고 있는 Blizzard 직원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입장문 : 너네 진짜 반성하긴 하니...?

 

이 와중에 WoW의 선임 프로듀서 알렉스 클론자스(Alex Klontzas)는 "지금 게임 다음 패치 나오는 게, 인간의 품위보다 중요하냐, 너희(유저들)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일부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트위터에 싸질렀다가 댓글 테러받고 트위터를 닫아놓고 도망친 상태이다. 

 

빤스런한 WoW 선임 프로듀서 : 자기들이 저질러 놓은 걸 왜 유저 탓을 하냐..

 

 

이에 대해 WoW 유저들은 인게임 내에서 블리자드의 이번 사건에 대한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해외의 일부 스트리머들은 블리자드 게임에 대해 보이콧을 하고 있으며, 하스스톤의 신규 확장팩 '스톰윈드'의 신규 카드 공개를 맡았던 스트리머들은 행사 직전 단체로 카드 공개를 거부하여 행사가 취소되기도 하였다.

 

 

7월 22일, Fence Macabre 길드의 오리보스에 앉아서 하는 시위

 

 

 

블리자드의 타락해버린 전-현직 임원진들

 

게다가 우리를 더더욱 실망시키게 하는 건 최근 몇 년간 벌어져왔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어린 시절 함께했던 게임들을 만들었던 초창기 블리자드 멤버들도 이 사건의 주역(?)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블리자드 내부에는 이미 초창기부터 이런 거지 같은 행위들이 만연해있었다는 것인데 정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현재 고소된 내용 중 상당수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범죄자(로 추정되는)는 알렉스 아프라샤비로, 2004년 초창기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에 참여하여 최근까지도 WoW 스토리의 중심을 맡아왔던 핵심 개발자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는 작년 6월 블리자드를 퇴사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회사 내에서는 이미 이 사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꼬리를 잘라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사건이 터진 이후 이틀 뒤에는 WoW 내에 아프라샤비를 본떠 만들었던 야전 사령관 아프라샤비를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알렉스 아프라샤비(안다리엘보다 지독한 녀석)

 

야전사령관 아프라샤비 앞에 접근 금지 및 눈물 바다 팻말을 박아놓은 유저들, 지금은 해당 NPC를 없앴다고 한다.

 

 

전 블리자드의 개발 선임 부사장이었던 크리스 멧젠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프라샤비의 악행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아프라샤비랑 그렇게 친했던 크리스 멧젠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하스스톤을 총괄하다가 퇴사한 벤 브로드 역시 몇 년 전 여성 동료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블리자드 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마이크 모하임 역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너무 혼란스러워서 읽기도 어려울 정도이며 내가 지지해왔던 것들이 모두 휩쓸려 나간 것 같아 매우 부끄럽다. 28년간 블리자드에 있는 동안 모든 성별과 배경의 사람들이 안전하고 환영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웃기게도 지속적인 폭로가 이어지면서 마이크 모하임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진들은 이 사태의 책임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블리자드를 떠난 직원들의 트윗들을 살펴보면 마이크 모하임은 회사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었으나 전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이크 모하임이 블리자드에 있던 당시, 여성 직원들이 받고 있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여성 직원이 직접 메일로 보낸 내용이 있다.) 

 

 아 아무튼 전 몰랐다구요..!
- 마이크 모하임, 28년 동안 블리자드에 있었음 -

 

인자한 표정의 블리자드 전 임원들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마이크 모하임에게 발송했다는 이메일이다.

 

 

 

더럽혀져 버린 듯한 우리들의 추억과 참담한 현실

 

성소수자들 그렇게 인게임에 집어넣고 오지게 양반인 척하더니, 결국은 이 모양 이 꼴이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하스스톤 등을 플레이해왔었던 한 명의 유저로서 과거에 블리자드 게임을 플레이해왔던 추억들이 저 악랄한 놈들 덕분에 더럽혀진 기분이 든다. 게임은 게임으로써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블리자드 게임을 계속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에 팽배해있던 조직적인 성추행 사건인데 쉽게는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랑 달리 특히 미국이니까. 결국엔 물론 메이플이나 리니지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많은 사람들이 블리자드 게임을 하겠지만, 그동안 희생당해온 많은 여성 직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